- 국가유산청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복권기금 지원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 보존처리 완료
- 부위별 직조 양식 과학적 규명… ‘아가로스 겔’ 등 첨단 기법으로 얼룩·변색·터짐 복원
-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소중한 사료, 소장처인 ‘국회기록원’으로 이관해 안전하게 보존·활용
일제강점기였던 1942년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독립의 염원을 드높였던 역사적인 태극기가 첨단 보존과학의 힘을 빌려 제작 당시의 당당한 모습을 되찾았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센터장 정소영)는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국가등록문화유산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게양 태극기」(이하 태극기)의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이 태극기는 1930년대 미국의 깃발 제조 기업인 ‘코플랜드 컴퍼니(THE COPELAND COMPANY)’에서 제작한 것이다. 이후 194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뉴욕의 유서 깊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한국독립 만찬회’를 개최할 당시 행사장에 게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 이전 해외에서 제작·사용된 태극기로서 우리 독립운동사의 긴박했던 순간을 증언하는 핵심 사료이자, 당시의 국기 제작 기법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면사와 이합연사의 만남… 과학으로 밝혀낸 1930년대 미국산 태극기 제조법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보존처리에 앞서 태극기의 섬유 재질과 바느질 기법에 대한 정밀 분석을 실시해 흥미로운 제작 특징을 규명해 냈다.
태극기는 백색 깃면에 태극 문양과 4괘를 정교하게 박음질해 부착한 형태다. 특히 태극 문양의 경우, 바탕에 청색 직물을 먼저 고정해 바느질한 뒤 그 위에 적색 직물을 중첩해 꿰매는 독특한 봉제 양식을 보였다. 국기를 매달기 위해 깃대와 접하는 게양면 위·아래에는 황동으로 만든 튼튼한 쇠고리가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다.
재질 분석 결과, 각 부위별로 직조 방식에 차이를 두어 강도와 미감을 모두 살린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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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양면(깃대 접합부): 목화솜에서 추출한 실인 면사(綿絲)를 두 가닥 이상씩 건너뛰어 수직으로 교차시키는 ‘능직(Twill weave)’ 방식을 채택해 사선 무늬가 드러나도록 튼튼하게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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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면(바탕 천): 두 개의 실을 하나로 합쳐 꼰 ‘이합연사(二合捻絲)’를 활용해, 실을 한 가닥씩 번갈아 교차시키는 ‘평직(Plain weave)’ 방식으로 균일하게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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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및 4괘: 바탕 깃면과 동일하게 깔끔한 평직 구조의 직물이 사용됐다.
아가로스 겔·미세 가습… 원형 훼손 최소화한 맞춤형 복원 공정
보존처리 전 태극기는 장기간 액자에 고정되어 있던 탓에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여러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다. 백색 깃면 전체가 누렇게 변색됐고, ‘곤(坤)’괘와 ‘이(離)’괘가 깃든 오른쪽 면은 과거 유입된 습기로 인해 얼룩덜룩 오염되어 있었다. 천이 접히거나 심한 주름이 잡혔고, 일부 괘의 바느질선이 툭툭 터져 있어 시급한 보존 조치가 필요했다.
국회기록원으로 이관…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 교육 자산으로 활용
과학적인 심폐소생술을 통해 80여 년 전의 생생한 모습을 되찾은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게양 태극기」는 이제 대중과 학계를 위한 귀중한 자산으로 돌아간다. 이번 보존처리가 완료됨에 따라 태극기는 본래 소장처인 국회기록원으로 이관되어 국가 최고의 보안 환경 속에서 안전하게 보관되는 한편, 대한민국의 주권 회복 노력과 독립운동사를 알리는 시각 자료로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유물의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자연과학적 분석을 결합해 유물의 생명을 연장한 적극행정의 모범 사례”라며 “앞으로도 문화유산 각각의 재질과 훼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과학 조사 및 보존처리 연구를 지속해 우리 문화유산의 안전한 보존과 지속 가능한 활용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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