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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 년 잠깨어 드러난 고려 말·조선 초 화기… 나주 금성산 ‘황자화통’ 28자 명문 풀렸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3년간 과학 분석 거쳐 언론공개회… 국내 현존 최고(最古) 화약무기 확인

  • 김동한 기자
  • 입력 2026.09.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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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뉴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소장 조미순)가 나주 금성산에서 출토된 화약무기 ‘황자화통(黃字火筒)’의 몸체에 새겨진 28자 음각 명문을 판독하고 종합적인 과학 분석 결과를 21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전격 공개했다.

 

이번에 확인된 ‘황자화통’은 국내에 실물로 현존하는 화약무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로, 출토지가 명확할 뿐만 아니라 제작 연도와 무기 명칭, 무게, 감독 관료 및 장인의 실명까지 온전히 담고 있어 한국 화약무기 발달사를 새로 쓸 독보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화통(火筒)’은 화약 폭발력을 이용해 화살이나 탄환을 발사하는 소형 화약무기로, 당시 주력 무기였던 활보다 사거리와 위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첨단 무기다.본 유물은 2023년 11월 나주 금성산 미확인 지뢰지대 등산로 조성 공사를 앞두고 군부대의 지뢰 탐지 작업 중 우연히 발견됐다.크기는 전장 23.75cm, 구경 1.66cm, 무게 1,032g으로 개인이 휴대하며 운용할 수 있는 제원이다. 나주연구소는 이후 3년에 걸쳐 컴퓨터단층촬영(CT), 엑스레이(X-ray), 금속 성분 분석 및 전문가 자문을 거쳐 유물의 진위와 역사적 맥락을 규명해 왔다.

 

손잡이·총부리에 새겨진 28자 음각 명문… 국가 차원의 체계적 무기 관리 입증

황자화통의 손잡이 나무를 끼우는 모병(冒柄)에는 6열 27자, 발사체가 나가는 총부리(觜)에 1자 등 총 28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모병의 명문은 “정사십이월일 연 황자화통 중일근십사량 감조녹사안휴보 장인석(丁巳十二月日 鍊 黃字火筒 重一斤十四兩 監造錄事安休甫 匠人石)”으로 판독된다.

 

“정사년 12월에 쇠를 달구어(鍊) 황자화통을 만들었으며, 무게는 1근 14량이고, 제작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이며 만든 장인은 석이다”라는 뜻이다. 총부리에 새겨진 ‘팔(八)’은 화기의 고유 일련번호나 무기 관리 번호로 추정된다.

 

명문의 ‘황자(黃字)’는 천자문 순서에 따른 고려·조선 시대 무기 분류법을 따른 것이며, ‘감조(監造)’와 실무 관직인 ‘녹사(錄事)’는 당시 병기 제조 기관인 군기감(軍器監) 소속 관료가 주조를 직접 총괄했음을 보여줘 국가 차원의 엄격한 무기 생산·관리 체계를 엿볼 수 있다.

 

1377년(화통도감 설치) vs 1437년(세종 화기 개량기)… 현존 최고 화약무기 확정

명문에 기록된 ‘정사(丁巳)년’은 문헌과 화약무기사 분석을 종합할 때 1377년(고려 우왕 3년) 또는 1437년(조선 세종 19년)으로 좁혀진다. 1377년은 최무선의 건의로 화통도감이 설치돼 국가가 화약무기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해이며, 1437년은 세종대 화기 개량이 진행되던 시기다.

 

특히 황자화통은 화약이 들어가는 약통(藥筒) 내부가 둥근 형태를 띠고 있어, 화약과 격목(나무 마개)을 정밀 결합해 효율을 극대화한 세종대 규격화 화기(1445년 이후) 이전의 초기 화기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두 연대 중 어느 쪽이든 현존하는 우리나라 화약무기 중 가장 오래된 실물이라는 점은 확고하다.

 

비파괴 과학 분석 결과에서도 전통 주조 기술의 특징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구리(Cu), 주석(Sn), 납(Pb)을 주성분으로 하는 청동 합금으로, 화약 폭발 시 화통이 파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석 함량을 10wt% 이내로 정밀하게 제어해 강도와 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미세조직에서는 고대 정련 과정에서 남는 황(S), 규소(Si), 은(Ag) 등 미량 원소가 검출되어 근대 모조품이 아닌 전통 방식의 주조 유물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9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발굴 유물 속보전을 열고 이번에 명문이 규명된 황자화통 실물을 일반에 최초 공개한다. 이어 오는 12월에는 대한민국 국제지상군방위산업전(K-DEX)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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