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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년 전 최초 한글 성서 과학으로 되살리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 보존처리 완료

  • 정민희 기자
  • 입력 2026.07.1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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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85년 이수정이 번역한 국가등록문화유산… 19세기 말 국어학 및 기독교사의 핵심 사료
  • 과학적 분석 통해 초본류·인피섬유 혼합 종이 및 마섬유 제본 실 재질 규명
  • 복권기금 지원으로 탈산처리·닥섬유 종이 보강… 손상 우려 적은 리넨실로 새 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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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말 우리말의 언어적 원형과 한반도 기독교 선교의 서막을 열었던 역사적 유산이자, 국내 최초의 한글 성서 중 하나인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가 첨단 보존과학 기술을 통해 원형을 회복했다. 거칠고 굵은 마끈 때문에 찢어지고 해졌던 141년 전의 종이들은 닥섬유 종이와 리넨실을 만나 향후 수백 년간 보존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센터장 정소영)는 근대 인쇄문화유산인 국가등록문화유산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이하 복음서)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양반 지식인 겨냥한 최초의 한글 성서… 국어학적 가치도 독보적

 

이번에 보존처리를 마친 복음서는 1885년 2월, 일본 요코하마에 체류 중이던 지식인 이수정이 번역하고 출판한 한글 성서다.

 

이 문서는 평민층을 중심으로 번역된 기존의 ‘로스 번역 성경’(최초의 한글 성경 번역본인 1882년작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과 달리, 당시 조선의 양반 지식인층을 염두에 두고 한문과 한글을 혼용하여 세련되게 번역된 것이 특징이다. 한국 기독교 선교 역사에서 든든한 초석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개화기 직전인 19세기 말 실제 사용되던 우리말의 어휘와 문법 체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국어학계에서도 매우 소중한 사료로 다뤄져 왔다.

 

유물의 형태를 보면 표지를 제외한 본문은 총 22장(88면) 분량의 인쇄본이다. 앞표지 안쪽에는 이 성서의 발행과 보급을 담당했던 미국의 성서공회 명칭인 “아메리칸 바이블 소사이어티(AMERICAN BIBLE SOCIETY)” 문구가 인쇄된 종이가 부착되어 있다. 본문은 종이를 한 장씩 접어 여러 장 포갠 뒤 책등에 세 개의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고, 한 장의 종이로 책등 전체를 감싸 풀로 고정한 형태다.

 

종이 성분 파악하고 무기 충전제 확인… 과학이 찾아낸 단서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본격적인 보존처리에 앞서 유물의 손상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사용된 종이와 실에 대한 정밀 과학 조사를 진행했다.

  • 동식물성 혼합지: 현미경 분석을 통해 표지와 내지 모두에서 식물의 줄기·잎에 있는 ‘대형 유세포’와 줄기 형성층 바깥쪽 조직인 ‘인피섬유’의 특징이 동시에 관찰됐다. 염색 시약을 처리해 종류를 구별하는 정색반응 시험에서도 청색과 적갈색이 함께 나타나, 이 종이가 풀(초본류) 섬유와 나무껍질(인피) 섬유를 혼합해 만든 근대기 특유의 종이임이 확인됐다.

  • 인쇄용 무기 충전제: 종이 표면에서는 글자와 그림이 번지지 않고 매끄럽게 인쇄되도록 돕는 화학 물질인 카올린(고령토) 성분의 무기 충전제가 검출됐다.

  • 거친 마끈이 손상 원인: 본문을 묶고 있던 기존의 제본 실은 다각형 형태의 단면과 내부의 빈 공간(중공) 등이 관찰되어 식물성 ‘마섬유(마끈)’로 고증됐다. 조사 결과, 이 마끈의 표면이 너무 굵고 거칠어 오랜 세월 책장을 넘기는 과정에서 종이에 쓸림 현상을 일으켜 제본 구멍 주변을 찢어지게 만든 주된 손상 원인으로 밝혀졌다.

 

닥섬유 종이 보강과 리넨실 제본… 미래 세대로의 안전한 전승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규명된 원인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보존을 위한 맞춤형 보존처리를 가동했다.

 

먼저 유물의 표지와 내지를 안전하게 분리한 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산성화가 진행되어 부스러지기 쉬운 종이의 화학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탈산처리’를 실시했다. 이어 오랜 세월로 인해 해지거나 찢어져 손실된 본문 전반의 결실 부위에는 보존성과 내구성이 입증된 전통 닥섬유 종이를 사용해 정밀하게 덧대어 보강했다.

 

가장 핵심적인 제본 과정에서는 종이를 파고들던 거친 기존 마끈 대신, 섬유 굵기가 가늘고 표면이 얇고 균질하여 종이에 주는 마찰 자극과 손상 우려가 극히 적은 최고급 리넨(린넨) 섬유실을 채택해 책을 처음부터 다시 견고하게 엮어냈다.

 

이번 성과는 로또 등 복권 판매 수익금으로 조성된 ‘복권기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관계자는 “이번 보존처리는 개화기 근대 인쇄문화유산의 정확한 재질과 당대의 제작 기법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훼손되던 유물의 안정적인 보존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과정에서 확보한 귀중한 재질 데이터와 복원 기술 정보는 향후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에 소장된 유사한 근대 종이 문화유산들을 보존·연구하는 데 아주 소중한 기초 표준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첨단 과학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결합해 소중한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와 원형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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