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중·후기(17~19세기) 전통 목조건축 기법 온전하게 간직한 부불전 6건 지정
- 사찰 수행·산중 생활사의 살아있는 변천과정 보여주는 요사채 4건 포함
- 적극행정으로 불교 건축의 숨은 가치 발굴… 지역 문화융성의 새 동력 기대
그동안 대웅전 등 중심 불전이나 석탑, 석불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사찰의 부불전과 승려들의 생활공간인 요사채가 조선 시대 건축 예술과 생활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대거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불교계 및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가치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평 현등사 극락전」 등 부불전 6건과 「금산 영천암 무량수각」 등 요사채 4건을 포함한 총 10건의 불교 건축유산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지정된 유산들은 17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건립·중건된 것들로, 조선 중·후기 전통 목조 건축의 양식적 특징과 시대에 따른 승려들의 수행 및 생활상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조선 후기 목조건축의 정수, 부불전(副佛殿) 6건
부불전은 부처와 보살을 모신 중심 불전(대웅전 등)과 떨어져 건립된 법당(나한전, 영산전, 원통전, 비로전 등)을 말한다. 이번에 지정된 6건의 부불전은 고식(古式) 수법과 독창적인 평면 구조를 자랑한다.
부불전 보물 지정 현황
1. 가평 현등사 극락전 (1765년 중건, 경기 북부의 희귀한 조선 불전)
2. 괴산 각연사 비로전 (1499년 중건, 조선 전기 다포계 및 고려 초기 양식 공존)
3. 고창 선운사 영산전 (1821년 개축, 2층에서 단층으로의 변천 기록 뚜렷)
4. 순천 선암사 원통전 (1828년 재건, 왕실원당 역할 및 독특한 '丁'자형 평면)
5. 순천 송광사 응진당 (1504년 창건, 다양한 고식 익공계 기법 보존)
6. 경주 기림사 응진전 (1649년 중창, 측면 고주 없는 유례 드문 보 구성)
특히 순천 선암사 원통전은 정조가 세자(순조) 탄생 발원 기도를 명한 뒤 순조가 6세 때 직접 쓴 '대복전(大福田)' 현판이 걸려 있는 등 왕실원당의 역사가 깊다. 정면 1칸을 앞으로 돌출시킨 '丁'자형 평면과 삼면이 개방된 독특한 구조, 화려한 꽃살문과 민화풍 별화로 예술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괴산 각연사 비로전은 배흘림 기법과 고려 초기 석재 재사용 흔적이 남아 있어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
사찰 생활사와 승려 장인의 숨결, 요사채(寮舍寨) 4건
요사채는 승려들이 거처하며 참선(선방)하거나 예불과 생활을 함께하는 공간(인법당)이다. 시대별 종교·사회적 요구에 맞춰 공간을 변형하고 확장해 나간 흔적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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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영천암 무량수각(1786년 중수): 온돌방에 불상을 안치한 전형적인 '인법당'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활약한 영규대사와 관련이 깊은 곳으로, 상부에 다락을 들여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지혜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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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장곡사 설선당(1569년 중수 추정): 나이테(연륜연대) 분석을 통해 1569년이라는 이른 시기의 중수 흔적을 찾아냈다. 조선 중기 이전의 양식과 후기의 연꽃 조각 양식이 한 건물에 공존하여 생활사적 변화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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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내소사 설선당과 요사(1640년 건립): 두 개의 맞배지붕 건물을 연결해 'ㅁ'자형 마당을 이룬 독특한 구조다. 자연지형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산중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압축적으로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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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숭림사 정혜원(1644년 건립): 건립 당시 목재 수급 과정, 철물·소금 등 자재 조달 방식이 문헌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승려 장인과 민간 장인이 공동 참여한 17세기 건축 공사의 실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학술 자산이다.
“소외됐던 문화유산 가치 전면 재평가”… 체계적 보존 관리 약속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그동안 주목도가 낮았던 부불전과 요사채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 유산들이 단순히 과거의 건축물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고유한 문화 스토리텔링과 결합해 새로운 지역 문화융성의 동력이 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방자치단체 및 각 사찰 관리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10건의 불교 건축유산이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앞으로도 숨어있는 가치 있는 유산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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