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임업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임도·작업로·벌채 면적을 합산해 3ha 이상일 경우 문화재 지표조사를 의무화하도록 지침을 개정한 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과제인 탄소중립 실현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이자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임업인들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흔드는 ‘행정 폭주’다.
탄소중립의 시작은 ‘나무를 베고 쓰는 것’부터다
우리는 흔히 나무를 베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 보호라고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숲이 노령화될수록 탄소 흡수 능력은 급격히 감소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베고-심고-가꾸는’ 산림순환경영이 필수적이다.
잘 자란 나무를 수확해 건축재나 가구재로 활용하면 탄소는 목재 속에 오랫동안 고정되고, 그 자리에 새로 심은 어린나무들은 다시 활발하게 탄소를 흡수하며 숲의 활력을 높인다.
즉, 벌채는 산림 파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수확’이자 탄소 흡수원을 갱신하는 숭고한 산업 행위다. 정부 역시 국산 목재 이용 확대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의 이번 규제는 이러한 국가적 대업의 첫 단추인 벌채와 조림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임업인에게만 강요되는 가혹한 ‘희생의 굴레’
국가유산청의 지침은 현장의 특수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벌채를 위해 필수적인 임도와 작업로 개설 면적을 합산해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임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특히 지표조사에 드는 비용 부담은 임업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실제 경북 문경의 현장 사례를 보면, 4.9ha의 벌채 면적에 대해 무려 500만 원의 조사비가 청구되었다.
벌채를 통해 얻는 수익이 ha당 150만 원에서 300만 원 남짓인 현실에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조사비로 내야 한다면 어느 산주가 나무를 심고 가꾸려 하겠는가.
더욱 심각한 것은 ‘시간’의 손실이다. 지표조사와 보고서 작성, 심의에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되면서, 겨울에 벌채하고 봄에 조림해야 하는 산림 경영의 황금 주기가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
적기를 놓친 나무는 과숙림이 되어 가치가 하락하고, 소득 공백은 고스란히 임업인의 몫이 된다.
형평성 잃은 규제, 법적 정당성마저 의심스럽다.
농업인이 농로를 닦거나 어업인이 어장을 관리할 때는 들이대지 않는 엄격한 잣대를 왜 유독 임업인에게만 강요하는가.
이는 1차 산업 간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해칠 뿐 아니라, 임업을 국가 산업의 변방으로 취급하는 명백한 차별이다.
또한, 법률이나 시행령의 명시적 위임 없이 오직 행정지침만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소지가 크다.
이미 과거 국민권익위원회가 과도한 규제라며 시정을 권고했고 당시 국가유산청도 이를 수용했던 사안을, 다시금 지침 개정이라는 편법으로 부활시킨 것은 행정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일이다.
임업의 뿌리가 살아야 산림의 미래가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금이라도 독단적인 행정지침을 즉각 철회하고 산림청 및 임업계와 진정성 있는 협의에 나서야 한다.
임도는 단순한 개발 도로가 아니라 산불 대응과 재난 관리를 위한 필수 국가 인프라다.
이를 규제의 틀에 가둬 산림 경영을 마비시키는 것은 결국 국가 산림 관리 체계 전체를 붕괴시키는 위험한 도박이다.
우리 임업인들은 국가유산의 보존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보존의 비용과 책임을 오롯이 힘없는 임업인에게만 전가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임업인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라. 임업의 뿌리가 뽑힌 자리에 건강한 숲과 미래는 결코 자라날 수 없다..
사단법인 한국산림단체연합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