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6년 중건 이후 약 400년간 원형 유지… 호남 대표 관영 누각의 독보적 가치 인정
- 화려한 용·거북 조각과 기울어짐 막는 ‘월랑’ 등 예술성·실용성 겸비한 조선 후기 목조 건축의 정수

조선 시대 대표적인 고전 소설 ‘춘향전’에서 이도령과 성춘향이 처음 만나 사랑을 싹틔웠던 로맨스의 무대이자,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로 칭송받아온 남원의 상징 「남원 광한루」가 국가지정문화유산 최고 등급인 ‘국보’로 전격 승격됐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조선 후기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관영 누각(관청에서 지은 누각)으로서 약 400년 동안 원형을 가꾸어 온 「남원 광한루(南原 廣寒樓)」를 국보로 지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명재상 황희가 초석 다지고 정철이 완성한 조선의 유토피아
「남원 광한루」는 조선 초기 명재상인 황희(黃喜, 1363~1452)가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세운 ‘광통루(廣通褸)’를 기원으로 한다. 이후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이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남원부사 장의국과 함께 누각 주변에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를 파고, 신선이 산다는 전설 속의 세 섬(봉래·방장·영주)과 까마귀와 까치가 다리를 놓았다는 ‘오작교’를 축조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천상의 정원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 의해 한 차례 불타 없어지는 비극을 겪기도 했으나, 1626년(인조 4) 남원부사 신감(申鑑, 1570~1631)이 현재와 같은 웅장한 규모로 중건(重建)했다.
광한루는 중건 상량문, 기문, 지역 기록인 읍지는 물론 근현대 신문기사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록이 완벽하게 전해 내려온다. 약 400년의 세월 동안 큰 변형 없이 본래의 모습을 묵묵히 유지해 왔으며, 남원 지역 공동체가 세대를 이어가며 지속해서 가꾸고 보존해 온 땀방울이 축적된 유산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극히 높다.
화려한 조각과 독창적 계단… 예술성과 실용성의 완벽한 조화
건축학적 측면에서 「남원 광한루」는 조선 후기 목조 건축이 가질 수 있는 화려한 장식미와 구조적 실용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광한루는 크게 중심이 되는 본루, 오른쪽에 덧붙여 지은 익루(요선각), 그리고 본루로 올라가는 계단 역할을 하는 월랑 등 세 부분으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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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루 (정면 5칸·측면 4칸): 탁 트인 실내 공간을 넓게 확보하기 위해 지붕을 받치는 거대한 보(들보) 3개를 위아래로 중첩해 쌓아 올린 독창적인 공법을 적용했다. 기둥 위 공포(지붕 하중을 분산시키는 부재)에는 새 날개 모양의 익공계 양식을 사용했으며, 내외부에 용과 거북이의 모습을 정교하고 화려하게 조각해 건물의 격조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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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루 (요선각): 부속 건물인 익루는 내부에 온돌방을 설치해 관리들이 겨울철에도 머무를 수 있도록 실용성을 더했다. 이곳의 공포 안팎에는 푸른 용(청룡)과 황색 용(황룡)을 역동적으로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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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랑 (계단실): 1881년(고종 18)에 추가로 건립된 구조물이다. 본루 건물이 세월의 무게로 인해 뒤로 기울어지는 것을 물리적으로 방지하는 ‘구조적 지지대’ 역할을 하는 동시에, 누각 위로 안전하게 오르는 층계 역할을 겸하도록 설계된 천재적인 실용 건축의 예다. 귓기둥(모퉁이 기둥) 위에는 화려한 용머리 조각을 얹어 장식성을 더했다
판소리와 소설 ‘춘향전’을 낳은 문화사적 요람
광한루는 조선 시대 관리와 선비들이 모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대표적인 영남·호남 문인들의 교류 장소였다. 빼어난 주변 풍광은 수많은 시인과 묵객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했으며, 무엇보다 우리 민족 최고의 판소리이자 고전 소설인 ‘춘향전’의 중심 배경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 문학사와 민속학적인 측면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는 정원 유적인 ‘남원 광한루원’의 푸른 숲, 호수와 어우러진 조형미는 한국 전통 정원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보물 지정 이후 오랜 고증과 심의를 거쳐 마침내 국보로 승격된 「남원 광한루」가 미래 세대에게도 온전히 전승될 수 있도록 전북특별자치도 및 남원시와 긴밀히 협력해 체계적인 보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며, “앞으로도 지역에 숨겨진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국격을 높이는 문화 행정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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