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 및 복장유물」, 조선 전기 불교 조각·복장의 정수
- 세계 유일 판본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3」, 태종 시기 임명장 「안성 고신왕지」 등 포함
-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문집 「삼봉선생집 권1」도 함께 보물 반열 오른다

불교 미술에서 주로 그림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수호신 ‘제석천’의 희귀 목조 불상을 비롯해, 고려와 조선 시대의 역사·문화·언어학적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희귀 전적과 고문서들이 대거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불법과 불제자를 수호하는 신격인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 및 복장유물」을 비롯해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3」, 「삼봉선생집 권1」, 「안성 고신왕지」 등 총 4건의 귀중한 유산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발표했다.
불화 속 수호신이 의자 위 불상으로…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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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희소성: 불교 교리상 하늘 세계를 다스리며 불법을 지키는 외호신(外護神)인 제석천은 주로 탱화(불화)의 형태로 그려져 왔다. 이를 독자적인 ‘조각(불상)’으로 조성한 사례는 한국 불교미술사를 통틀어 매우 드물어 학술적 가치가 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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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시기와 양식: 지난 2008년 불상 내부에서 발견된 복장유물의 중수(수리) 기록과 평창 상원사의 또 다른 명작인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의 발원문을 종합한 결과, 이 불상은 적어도 인조 23년인 1645년 이전에 조성된 조선 전기 작품으로 고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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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특징: 불상이 의자에 당당하게 앉아 있는 ‘의좌(倚坐)’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통통하고 양감이 풍부한 얼굴 표정,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린 상투 모양의 보계(寶髻) 등에서 고려 후기 불상 조각의 전통적인 미감과 양식이 조선 전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조선 시대 전기 불교 조각사 연구와 당시 불상 내부에 유물을 납입하던 의식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는 자료다.
국어학계의 보물 ‘석독구결’ 품은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3」
성북구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3(初雕本 瑜伽師地論 卷三)」은 당나라의 고승 현장 법사가 번역한 총 100권의 방대한 유가사지론 중 세 번째 권에 해당하는 고려 시대 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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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에디션: 현재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일한 ‘권3’ 판본이 발견된 적이 없는 세계 유일의 판본(유일본)으로 그 희소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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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 연구의 획기적 사료: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본문 사이에 치밀하게 표시된 ‘석독구결(釋讀口訣)’에 있다. 석독구결은 고려 시대 선조들이 한문으로 된 불경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읽을 수 있도록 달아놓은 일종의 고대 한국어 토씨(문법 기호)다. 비록 일부 보존 상태가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고려 시대 지식인들의 높은 유식학(唯識學) 연구 수준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고대 국어의 문법과 어휘를 복원하는 국어사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보물 같은 사료다.
정도전의 문집과 태종이 내린 임명장… 조선 초기의 생생한 기록
함께 지정 예고된 두 건의 조선 초기 문서 역시 서지학과 역사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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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선생집 권1」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조선의 설계자이자 개국공신인 삼봉 정도전의 문집으로, 1465년(세조 11)에 중판된 중간본의 첫 번째 권이다. 태조 재위 시절 간행되었던 초간본이 ‘왕자의 난’이라는 유혈 사태를 거치며 모두 불타거나 흩어져 사라진 후, 후손들이 전국에 남은 글들을 눈물겹게 모아 다시 찍어낸 역사를 품고 있다. 특히 이 판본에만 유일하게 고려 말·조선 초의 대문장가 이색(李穡)의 발문(추천사 및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문집의 초기 간행 과정과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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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고신왕지」 (장수역사전시관 소장): 1414년(태종 14) 국왕 태종이 ‘안성(安省)’이라는 인물을 지금의 도지사 격인 강원도 도관찰출척사로 임명하며 직접 발급한 생생한 임명장이다. 총 7행에 걸쳐 역동적인 초서체로 작성되었으며 국왕의 공식 도장인 ‘조선국왕지인(朝鮮國왕지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세종조인 1435년 이후 ‘교지(敎旨)’로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사용되던 ‘왕지(王旨)’라는 명칭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조선 초기 관직 제도와 고문서 서식의 변천사를 증명하는 완벽한 1차 사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에 지정을 예고한 상원사 불상과 정도전 문집 등 4건의 문화유산에 대해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치며 학계와 각계각층의 소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이후 국가유산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공식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정부혁신과 적극행정의 기치 아래,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우리 문화유산의 숨겨진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문화유산 지정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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